사람은 성장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노화가 진행되고 노화의 끝은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죽음은 두려운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죽음을 피하려는 노력은 고대로부터 이어졌습니다.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부하들을 이곳저곳에 보냈다는 이야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너무나도 공감 가는 이야기입니다. 절대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면, 자신이 애써 이룬 절대 권력을 영원히 누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일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생물학자들이 유전학자들도 영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복제를 통해서든 완벽한 치료 기계를 발명하는 일이든, 육체적인 영생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화 '트랜센던스'의 경우, 사망한 연인을 살리기 위하여 연인의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시키는 일까지도 행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지 않고 자신의 곁에 머물길 바라는 마음과 죽음을 피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있어 왔습니다. 죽음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면, 죽음의 공포가 더욱 커지기만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고 만져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의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나의 나이 50에 들어서면서, 양가의 부모님들이 연약해지고 있음을 바로 옆에서 느낍니다.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강건하실 줄로만 알았던 부모님들, 내가 의지하고 붙들어 왔던 부모님들이 이제는 연약한 무릎과 팔로 나를 붙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이 바로 옆에 와 있다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심한 치매로 인하여 지난 5월에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면서 들었던 좌절감과 죄책감,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서서히 극복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죽음은 반드시 내가 겪어야 하는 내 인생의 과정이며, 나의 죽음 역시 결국은 맞아야만 하는 필연적인 인생입니다. 따라서, 나의 죽음과 타인의 죽음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 들이고 그 공포를 극복하려면, 미리 죽음의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연습이 됩니다. 죽음의 근처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가까운 지인과 관련된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있는 분들을 돌보는 기회를 가지는 등의 죽음에 관한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닥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첫째,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된 소설 등을 찾아서 읽어 보십시오. 사랑하는 사랑을 떠나 보낸 이들이 쓴 수필이나 소설 등을 통하여 죽음의 의미, 종교적인 관점, 그리고 과학적인 관점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십시오. 가장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상담사 등과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십시오. 저와 아내의 경우, 명절 때마다 자녀들에게 우리의 죽음 후에 해야 할 장례의 방법 등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고 솔직한 심정들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나 자신이 죽음에 대해 더욱 초연해 지고 있음을 경험합니다.
셋째, 죽음을 미리 준비해 보십시오. 나의 유언장의 내용을 미리 생각해 보고 홀로 써 보십시오. 나의 장례식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는지, 어떻게 장례식 후에 나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문서로 작성해 보십시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모든 인간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매일 계속되는 내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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