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밧단 아람의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문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인 에서와의 만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얍복 강에서 하나님께 에서로부터의 보호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순서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야곱이 또 이르되 내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 내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전에 내게 명하시기를 네 고향,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네게 은혜를 베풀리라 하셨나이다 나는 주께서 주의 종에게 베푸신 모든 은총과 모든 진실하심을 조금도 감당할 수 없사오나 내가 내 지팡이만 가지고 이 요단을 건넜더니 지금은 두 떼나 이루었나이다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함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니이다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드시 네게 은혜를 베풀어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 하셨나이다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20년을 보냈 야곱은, 자신의 네 명의 아내와 11명의 아들들과 1명의 딸, 그리고 종들과 재산을 가지고 고향 땅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자신의 형인 에서에게 먼저 사람을 보내어 자신이 만나러 간다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사자들은 에서가 사백 명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자신을 만나려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심히 두려워하고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형인 에서의 성품을 볼 때, 사백 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오는 에서는 결코 좋은 의도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야곱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게 됩니다.
기도하는 야곱은 가장 먼저 하나님께서 과거에 하셨던 약속을 기억합니다. 벧엘에서 자신을 만나 주신 하나님은, 자신의 인생의 여정 가운데 함께하시고 고향 땅으로 돌아오도록 하실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야곱은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고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실 것임을 확신하였습니다. 비록 두려움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지만, 야곱은 지금껏 자신을 돌보신 하나님께서는 이번에도 자신을 구원해 주실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야곱은 얍복 강가에 도착한 지금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형 에서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입니다. "친다"는 말은 히브리어 성경에 "נכה"(나ㅋ하)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완전히 말살하다", "죽이다" 혹은 "멸망시키다"는 뜻을 가지는 단어로, 야곱의 집안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히거나 이 땅에서 야곱의 집안을 완전히 멸절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야곱은 형인 에서의 손에 자신의 가문에 이 땅에서 사라질까 두려워하며, 하나님께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야곱은 다시 한 번 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세기 22장 17절 말씀과 28절 14절을 통하여 약속하셨던 말씀을 붙들고 하나님의 도우심과 구원을 간구하고 있습니다. 20여 년의 세월 동안 야곱은 하나님께 기도하기보다는 자신의 계획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얍복 강에서 위기의 순간에 놓였을 때, 그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기억했고 그 약속을 붙들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야곱은 지금껏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 왔습니다. 이기적이었고 살아남기 위하여 거짓말이나 속임수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였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의 외삼촌 라반에게 오히려 속아 넘어가 품삯에 대한 손해를 보거나 라헬이 아닌 레아와 먼저 결혼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야곱은 에서와의 만남에 앞서 자신의 생각대로 종을 에서에게 먼저 보냈습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야곱은 두려움과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전체 가족을 여러 무리로 나누어 자기 나름대로 일부의 가족이라도 살리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종을 에서에게 보내기 전에 야곱이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상황이 조금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나름의 방법들을 모두 써 본 후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며 두려움과 답답함으로 기도하는 것보다, 가장 먼저 하나님께 간구하면서 도움을 구하는 것이 더욱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우선순위가 바뀐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는 야곱의 기도였습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