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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에 개좌하여 / 정약용의 목민심서 부임6조 제6조 집무를 시작함(완결)

정약용의 목민심서 전문/부임6조(완결)

by 수집쟁이 2020. 9. 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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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의와 겸손함, 그리고 소박함 가운데 수령이라는 벼슬을 받고 부임한 수령은, 집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수령으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위해 지켜야 할 예의와 중점에 두어야만 할 점들에게 대해 정약용 선생은 깊은 애정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목차

     

     

     목민심서 부임 6조 

     

     제6조 집무를 시작함 

     

     

    厥明開坐 乃莅官事

     

    음역

       궐명개좌 내위관사

     

    해석

       이튿날 새벽에 개좌하여 정사를 본다.

     

    해설

       상사에 올리는 보고 문서 가운데 전례에 따라야 할 것은 곧바로 서명 날인하고, 따져 보아야 할 것은 이속이 만든 초안을 가져다가 가다듬어 문안을 만들고 다시 쓰도록 한다.

      민간에 내리는 명령은 함부로 결재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법전을 참고하여 하나하나 검사하고, 그 안에 털끝만큼도 간사한 계책이나 허위가 들어 있지 않음을 분명히 안 뒤에 서명하는 것이 옳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일을 잘 아는 체하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여 의심스러운 것을 그냥 덮어둔 채, 다만 문서 끝에 서명하는 것만 착실히 하다가 아전들의 술수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주석

       궐명: 그 이튿날 아침. 

       개좌: 관원이 출근하여 사무를 봄.

     

     

    是日 發令於士民 詢瘼求言

     

    음역

       시일 발령어사민 순막구언

     

    해석

       이 날 사족과 백성들에게 명을 내려 폐해가 되는 것을 묻고 할 말이 있으면 하도록 해야 한다.

     

    해설

       관내의 사족과 각층의 인민들에게 공문을 내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본관은 적임자가 아닌데도 외람되게 나라의 은혜를 입고 이 고을에 부임하여 아침저녁으로 근심과 두려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오래된 폐단이나 새로운 병폐로 백성들의 고통이 되는 것이 있으면 한 동네에서 일을 잘 아는 사람 대여섯 명이 한 곳에 모여 의논해서 조목을 들어 문서를 갖추어 가져오게 하라.

      혹 아전이나 군교, 토호들이 들으면 싫어할 일이어서, 후환이 두려워 드러내어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부임 초에 폐단을 묻는 본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각각 엷은 종이로 피봉을 만들어 풀로 붙이고 그 겉에 표지하여 어느 날 정오에 함께 읍내에 들어와 함께 관아의 뜰에 와서 본관의 면전에 직접 바치라.”

      민폐를 물어 알기는 쉬우나 개혁하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다. 고칠 만한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일은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조선 광해군 때 사람 범재 심대부가 성산현감이 되었을 때 성문에 방을 붙여서 말하였다.

      “몸가짐을 맑고 근실하게 하며 정사를 공평히 하는 것은 수령이 할 일이니 수령이 힘쓸 것이요, 효도와 우애를 돈독히 하고 약속을 잘 지켜 법령을 어기지 않는 것은 백성의 할 일이니, 백성들은 이에 힘쓰라.”

     

    주석

       발령: 명령을 내림. 

       순막: 폐해를 물어봄. 

       구언: 훌륭한 말을 해 달라고 청함.

     

     

    是日有民訴之狀 其題批宜簡

     

    음역

       시일유민소지장 기제비의간

     

    해석

       이 날에 백성들의 소장이 들어오면 그 판결하는 제사를 간결하게 해야 한다.

     

    해설

       ‘치현결’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백성들의 소장에서 아뢰는 바는 엄하게 판결할 것이 아니다. 마땅히 양편을 대질시켜서 해야지 한 편의 말만으로 가볍게 논단해서는 안 된다. 싸우고 때린 일로 와서 고소하는 자는 더욱 그 말만을 믿고 가볍게 체포해서는 안 된다.”

      백성들이 와서 호소하는 것은 억울함이 있기 때문이다. 군포의 일로 호소하면 나의 군정이 잘못된 것이요, 전세에 대한 호소가 있으면 나의 전정이 잘못된 것이요, 요역의 일로 호소가 있으면 이것은 내가 부역을 공평하게 매기지 못한 것이요, 창곡의 일로 호소가 있으면 내가 재무의 관리를 잘못한 것이요, 침탈을 당했다 호소하는 일이 있으면 이것은 토호들을 누르지 못한 것이요, 백성들이 재물을 빼앗기고 호소하는 일이 있으면 이것은 아전들을 단속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호소를 보고서 내가 잘 다스리는지 잘못 다스리는지 알 수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그 큰 강령을 바로 잡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억울한 일이 없어질 것이니 어찌 소장이 분분하게 들어오겠는가?

     

    주석

       제비: 소송에 대한 판결문. 

       군포: 군역 대신 내는 베.

     

     

    是日發令以數件事. 興民約束 遂於門外之楔 特懸一鼓

     

    음역

       시일발령이수건사. 여민약속 수어문외지설 특현일고

     

    해석

       이 날 명을 내려서 백성들과 몇 가지 일을 약속하고, 관아 바깥 기둥에 특별히 북 하나를 걸어 둔다.

     

    해설

       다음과 같은 사항을 쓴다.

      “관가와 백성 사이에 마땅히 약속이 있어야 하니, 다음에 기록하는 조항을 일일이 깨우치고 살펴서 이에 의하여 준행하되 어기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만약,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용서하지 않고 다스릴 것이니 각별히 주의하라.

     

       1. 백성들의 소장은 일일이 직접 가져와서 바치지 않아도 된다. 그 가운데 긴급한 것은 본인이 와서 바치고 긴급하지 않은 것은 서류로 갖추어 풍헌, 약정 등에게 주어서 그들이 고을에 들어오는 날 함께 바쳐 관의 판결을 받게 하거나, 그 마을 사람 가운데 소장을 가지고 고을로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 편에 부치도록 하라.

     

       1. 연명으로 된 등소의 소장은 그것을 의논할 때는 10여 명이 함께 서명하였더라도 소장을 가지고 고을에 들어올 때는 일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 하나를 특별히 골라서 그 사람이 혼자서 가져오게 하라.

     

       1. 물건이나 문권을 잃었거나, 사람이나 소와 말이 없어져서 증명서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가 사는 마을에서 증거 할 만한 문서를 첨부해 와서 바치도록 하라.

     

       1. 소장을 가지고 관아에 오는 사람은, 형리를 만나거나 사령에게 묻지 말고 곧바로 관아의 바깥문으로 해서 안문으로 들어와 직접 수령 앞에 바치면 형리나 문례가 뒤따라와서, 이를 가로막는 폐단이 없을 것이다.

     

       1. 소장의 제사에 양편이 대질하게 한 것은, 만약 그들이 스스로 화해하면 아무 일도 없거니와 만약 화해하지 않고, 또 피고인이 판결할 때에 나오지 않아서 원고인으로부터 거역하였다는 호소가 있으면 관에서는 부득이 저졸을 보내지 않을 수 없고, 심한 경우는 관아의 문지기를 보내거나 혹은 군교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마을이 매우 소란하게 될 것이다. 무릇 거역하고 나오지 않는 사람은 마땅히 엄하게 징계하여 마을을 조용하게 할 것이다. 소송의 내용은  비록 피고 측이 옳더라도  죄는 죄대로 다스릴  것이니, 이를 잘  알라.”

      조선 숙종 때 사람 김익경이 여러 번 수령이 되었는데 대체를 지킬 뿐 까다롭고 자잘한 일은 일삼지 않았다. 관아의 바깥문을 활짝 열어 놓고 억울함이 있는 백성은 모두 뜰아래에 와서 직접 호소하게 하였더니, 그 사정을 모두 털어놓고 말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송 나라 장횡거가 운암 현령이 되었을 때, 교시하는 표고를 할 때마다 그 문서가 백성들에게 제대로 도달하지 못함을 근심하여, 향장들을 관아의 뜰에 불러서 거듭 깨우쳐 주고 마을로 돌아가서 알리게 하고, 간혹 백성들이 일이 있어 관아에 오거나 또 길에서 만나면 반드시 그때 아무에게 명하여 아무 일을 말한 것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물어, 들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못 들었다 하면 그 명령을 받은 사람을 죄주었다. 그러므로 한 마디 영이 내려지면 비록 우매한 백성이나 어린아이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주석

       소장: 고소장 또는 호소하는 글. 

       등소: 여러 사람이 함께 호소하는 글. 

       제사: 소장의 내용에 대한 판결문.

     

     

    官事有期 期之不信 民乃玩令 期不可不信也

     

    음역

       관사유기 기지불신 민내완령 기불가불신야

     

    해석

       관청의 일은 기한이 있는데, 기한을 믿지 않음은 백성들이 명령을 희롱하는 것이어서, 기한은 믿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설

       대중을 통솔하는 방법은 반드시 먼저 약속을 밝히고 세 번 알리고 다섯 번 일깨워 주며, 또 반드시 그 기한을 넉넉하게 하여 주선할 수 있게 한 뒤에 이를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약속대로 시행하여도 딴소리를 하지 못한다.

      송 나라 증공이 고을을 다스릴 때 완급을 헤아려서 기한을 정해주고, 기한이 다 가기 전에는 다시 공문을 보내어 독촉하는 일이 없다가 기한이 다하여도 보고하지 않으면 그 죄를 다스렸다. 기한과 일이 서로 맞지 않으면 각 고을의 의견을 들어서 따로 기한을 정해주고, 그래도 어긴 사람은 벌을 주어 용서하지 않았다. 이에 감히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모두 기한 전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명나라 서구사가 구용을 다스릴 때, 소송 심리에 매질은 10대를 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세금의 독촉에도 미리 기한을 정해두고, 기한이 넘으면 마을의 부로들로 하여금 체포하게 할 뿐 관가의 하인들이 향리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주석

       완령: 명령을 우습게 여김. 

       불가불: ......하지 않을 수 없음.

     

     

    是日 作適曆小冊 開錄諸當之定限 以補遺忘

     

    음역

       시일 작적력소책 개록제당지정한 이보유망

     

    해석

       이 날 책력에 맞추어서 작은 책자를 만들고, 모든 일의 정해진 기한을 기록하여 비망록을 삼아야 한다.

     

    해설

       주자가 말하였다.

      “벼슬살이할 때에는 모름지기 방통력을 두어서 날마다 공사의 진행 상황을 낱낱이 기록하되, 일이 완료되었으면 곧 지워 버리고, 완료되지 않았으면 완료되도록 하여야 공무가 폐해지는 일이 없다"

     

    주석

       개록: 기록함. 

       유망: 잊어버림. 

       방통력: 관리들의 업무용 달력.

     

     

    厥明日 召老吏. 令募畵工 作本縣四境圖 揭之壁上

     

    음역

       궐명일 소노리. 영모화공 작본현사정도 계지벽상

     

    해석

       다음날 늙은 아전을 불러서 화공을 모아 그 고을의 경내 지도를 그려 관아의 벽에 걸어두도록 한다. 

     

    해설

       이 지도는 가장 긴요한 것이다. 그 고을에 만약 화공이 없으면 이웃 현에서 데려오되 솜씨가 졸렬하더라도 괜찮다. 우리나라의 지도는 지형의 길고 짧음을 따지지 않고 모두 네모꼴로 만들어서 쓸모가 없다.  모름지기 먼저 경위선을 그어 놓고 1칸을 10리로 하여 동쪽으로 1백 리 거리에 있는 것이면 지도상에는 동쪽 10칸에 있게 하고, 서쪽으로 10리 거리에 있는 것이면 지도상에는 1칸이 서쪽에 있게 그려야 하며, 현의 관아가 꼭 그 중앙에 그려져 있게 할 필요는 없다. 1백 호가 있는 마을은 호수를 다 그려 넣을 수 없으나 집이 조밀하게 있는 모양을 그려서 큰 마을임을 알게 하면 된다. 한 집 두 집이 산골짜기에 끼오 있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서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게 하여야 한다. 기와집과 큰 집도 또한 각각 표시하여 토호의 집임을 알게 하는 것이 좋다.

     

    주석

       노리: 늙은 아전. 

       화공: 그림 그리는 사람. 

       사경도: 관할 지역의 지도.

     

     

    印文不可漫滅 花押不可草率

     

    음역

       인문불가만멸 화압불가초솔

     

    해석

       도장의 글씨는 마멸되어서는 안 되고, 서명은 조잡해서는 안 된다. 

    해설 도장의 글씨가 모호하면 아전들이 농간질하기 쉽다. 그러므로 아전들은 말을 만들어서,

      “인장을 바꾸는 이는 벼슬이 속히 갈린다.”

    라고 한다. 이에 어리석은 수령은 이 말을 깊이 믿어서 감히 인장을 고쳐 새기지 못하고 글자가 뭉그러지고 획이 없는 것으로 난잡하게 찍는다. 그래서 호박의 껍질이나 삿갓 조각으로 찍어도 공문서와 증빙서가 되니 그것을 뒷날의 사람들이 어찌 분별할 수 있겠는가. 부임하는 당초에 도장의 글씨가 분명하지 않음을 발견하면 바로 예조에 보고하여 다시 만들도록 하고 달을 넘기지 않는 것이 옳다.

      서명 역시 그러하다. 만약 그런 법이 조잡하여 하나하나가 모두 같지 못하면 간교한 폐단이 생겨서, 물정을 잘 살피고자 한다면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주석

       인문: 도장의 글씨. 

       만멸: 마모됨. 

       화압: 도장 대신 서명하는 글자 모양. 수결.

     

     

    是日 刻木印幾顆 頒于諸鄕

     

    음역

       시일 각목인기과 반우제향

     

     해석                                                                                                                                                     

    이 날에 나무 인장 몇 개를 새겨 각 면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

     

    해설

       향촌의 풍헌과 약정에게는 모두 인장이 없다. 그래서 관아에 올라오는 보고서들이 혹 중간에 가짜로 만든 것이 많으니, 그 소홀함이 이와 같다. 마땅히 목각으로 인장을 만들어 먹으로 찍고 인주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인장이 만들어지면 나누어주면서 도장이 찍히지 않은 것은 시행하지 말라고 약속해야 한다.

     

    주석

       목인: 나무로 만든 도장. 

       기과: 몇 개.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도, 애민정신으로 무장한 독야청청한 지도자가 있길 바란다.

     

    나가면서

       담당한 고을을 잘 다스리고 백성들의 형편을 살펴서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 가는 역할을 수령이 해야 합니다. 수령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수령의 자리로 부임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분명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대로, 백성을 위하여 백성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혜롭고 존경 받는 지도자가 우리 땅에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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