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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드린다 / 정약용의 목민심서 부임6조 제3조 하직 인사

정약용의 목민심서 전문/부임6조(완결)

by 수집쟁이 2020. 9. 1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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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을 수령으로 임명을 받고 행장을 꾸린 후,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부임지를 향해 출발하기 전까지의 수령의 할 일에 대해 교훈하고 있습니다. 감사의 말과 함께 다정한 인사를 동료 대신들에게 전하고,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로서 그 녹의 많고 적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 것을 엄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부임6조 제3조 하직 인사

목차

     

     

     

    ▧ 목민심서 부임6조

     

    제3조 하직 인사

     

    旣署兩司 乃辭朝也

     

    음역

       기서양사 내사조야

     

    해석

       양사의 서경이 끝나고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드린다.

     

    해설

       조선시대의 관원 임명 절차는 이렇다. 먼저 문관은 이조에서, 무관은 병조에서 세 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임금이 그 세 사람 가운데서 한 사람에게 낙점한다. 그런 다음,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요즈음으로 말하면 신원조회와 같은 서경을 거침으로써 임명 절차가 끝나게 된다. 

      ‘속대전’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각도의 도사나 수령으로서 처음 임명받은 자는 모두 서경을 받아야 하고, 일찍이 시종이나 당상관을 지낸 사람은 모두 서경을 받지 않아도 된다. 50일이 지나도 서경을 받지 못하면 아뢰어 임명이 취소된다.”

      서경이란 내외 사조를 갖추어 기록하고 흠이 있는지의 여부를 고찰하여 가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임금의 특별 분부가 있으면 한 부서의 서경은 그만두어도 된다. 옛 법은 수령의 임명을 가장 중히 여겨, 임명하기 전에 천거의 절차를 두었고, 임명 후에는 서경의 절차를 두었으며, 또 경서와 법률을 시험하여, 그 재주와 학식을 고찰했는데, 이제 이 법은 형식만 남아 있을 뿐 유명무실해져서, 용렬하고 무식한 자도 거리낌없이 다 수령으로 나가게 되었다.

     

    주석

       양사: 조선 때 임금의 잘못을 간하고 관원의 기강을 맡았던 사헌부와 사간원.  

       서경: 관원에 임명된 자의 신원을 조회하여 서명하는 일.  

       내외사조: 아버지, 조부, 증조부, 외조부. 내외란 자기 집 및 외가란 뜻.

     

    김홍도가 그린 관리 행차

     

     

    歷辭公卿臺諫 宜自引材器不稱 俸之厚.薄不可言也

     

    음역

       역사공경대간 의자인재기불칭 봉지후박불가언야

     

    해석

       공경과 대간에게 들러 하직 인사를 드리면서는 자신의 재주와 그릇이 맞지 않다고 말할 뿐, 봉록의 많고 적음을 말해서는 안 된다.

     

    해설

       부임지로 떠나기 전에 여러 재상들과 대간들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면서는 자신의 재능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겸손하게 말할 뿐, 봉급이나 직책의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은 실례이다.

      고을의 수령의 녹봉이 박할지라도 열 식구가 굶주릴 정도는 아니다. 수령으로 나가는 자나 보내는 자가 다같이 그 고을의 폐단되는 것, 백성들의 걱정되는 것을 논할 일이요, 녹봉의 후하고 박함을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녹봉이 후할 것이라고 치하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대개가 부정한 물건일 터인데 기뻐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하고, 그 박함을 근심해 주는 자에게는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이다.

      “열 식구가 굶주리지는 않을 터인데 근심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재상이 대신 가운데에 일찍이 그 도의 감사나 이웃 고을의 수령을 역임한 자가 있으면, 그 곳 풍속이나 폐단되는 일을 상세히 묻고, 또 그것을 바로잡을 방책을 말해 달라고 청해서 지성으로 도움을 구할 일이요, 형식에만 따라서는 안 될 것이다.

     

    주석

       역사: 두루 찾아뵈며 하직 인사를 함.  공경: 나라의 재상 지위에 있는 사람.  

       재기불칭: 자신의 재능과 기량이 그 벼슬에 맞지 않음.  후박: 많고 적음.



     

    歷辭銓官 不可作感謝語

     

    음역

       역사전관 불가작감사어

     

    해석

       전관에게 들러 하직 인사를 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해설

       전관은 나라를 위하여 사람을 뽑아 쓴 것이니 사사로운 은혜를 끌어대서는 안 되며, 수령은 자격에 따라 관직을 얻은 것이니 사사로운 은혜라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어서는 안 된다.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말이 자신을 추천해 준 데에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 숙종 때 사람 참의 김변광이 병조 낭관을 지내고 물러나 시골에서 궁하게 살면서 벼슬을 구하지 않았는데, 윤씨 성을 가진 어떤 사람이 전관이 되자 그를 용강현령으로 임명하였는데, 그 후에 윤씨가 딸을 혼인시키면서 말을 보내 달라고 도움을 청하였다. 

    김변광은 이런 답서를 보냈다.

      “가난하면 서로 도와주는 것이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나 혐의받을 만한 경우에는 군자로서 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공과는 전부터 서로 사귀던 사이가 아니었으며, 후에는 천거해서 발탁해 준 힘을 입었으니, 비록 명분이 있는 선물일 뿐 재물을 취하는 일이 아니겠지만, 모르는 자들은 반드시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 것입니다. 변변치 못한 이 사람이 수십 년 스스로 지켜 온 바를 하루 아침에 잃게 된다면, 어찌 청덕에 누가 되고 아름다운 명예에 손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심부름꾼을 그냥 돌려보내니 부끄럽고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주석

       전관: 관원을 추천하여 임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  

       청덕: 청렴한 덕.



     

     

    新迎吏隸至 其接之也. 宜莊和簡

     

    음역

       신영이예지 기접지야 의장화간묵

     

    해석

       맞이하러 아전과 하인이 오면 그들을 접대함에 장중하고 화평하고 간결하고 과묵하게 해야 한다. 

     

    해설

       수령을 맞이하기 위해 온 수리의 주머니 속에는 으레 ‘읍총기’라는 작은 책 한 권이 들어 있으니, 거기에는 봉록의 쌀과 돈의 숫자와 농간하여 남는 것을 사사로이 취하는 방법이 나열되어 있다. 수리가 와서 뵙는 날에 이를 꺼내어 바치면, 수령이 받아 기쁜 빛을 띠고 조목조목 캐어물어서 그 묘리와 방법을 알아내게 마련인데 이는 아주 큰 수치이다. 아전이 바치는 날에 즉시 돌려주고 묵묵히 다른 말이 없어야 할 것이요, 이어서 자제나 친척, 빈객들에게 단속하여 억지로 요구하여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수리를 불러서 그 고을의 폐단되는 일 한두 가지를 물어보고, 듣고 나서는 묵연히 다른 대답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 폐단이 커서 반드시 고쳐야 할 일이라면 두루 하직 인사 다니는 날에, 전에 그 지방 감사를 지낸 자와 고쳐 바로 잡을 방법을 의논해야 한다.

       맞이하러 온 아전과 하인을 대할 적에는 경솔히 체모를 손상해서는 안 되며, 또 뽐내고 잘난 체 해서도 안 된다. 장중하되 화평하면 될 것이며, 묵묵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없는 묘법인 것이다.

       조선 인조 때 사람 박정이 새로 남원부사로 임명되었을 적에, 맞이하러 온 아전이 제 고을에 사사로이 이렇게 통지하였다.

      “젊은 학사가 말도 않고 웃지도 않으며 오똑하게 단정히 앉아 있으니, 그 심중을 헤아릴 

    수가 없다.”

     

    주석

       신영: 새로 맞이함.  

       이예: 아전이나 하인.  

       장화간묵: 장중하고 화평스러우며, 간결하고 말이 없음.



     

    辭陛出門 慨然以酬民望 報君恩 設于 乃心

     

    음역

       사폐출문 개연이수민망 보군은 설우 내심

     

    해석

       임금을 하직하고 대궐 문을 나서면 개연히 백성들의 바람에 부응하고,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기를 마음으로 다짐해야 한다.

     

    해설

       임금은 하직하는 날에는 수령이 지켜야 할 일곱 가지 일을 임금 앞에서 외우거나 혹은 승정원에서 강론하게 마련이니,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전폐에서 오르내리는 절차와 연석에서 엎드리고 일어나는 자세를 잘 아는 자에게 익숙히 배워 두어야 실수가 없을 것이다.

      중국 우연릉이란 사람이 건주자사를 임명받고 들어가 임금에게 하직하자, 임금이,

      “건주가 서울에서 얼마나 먼가?”

    하고 묻자,

      “8천 리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임금은 이렇게 말하였다.

      “경이 거기에 도착하여 정사를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짐이 다 알 수 있으니, 그 곳이 멀다고 생각지 마라. 이 섬돌 앞이 바로 만 리이다.”

     

    주석

       사폐: 임금 앞에서 하직함.  

       개연: 마음에 느낌이 있어 서글퍼짐.  

       민망: 백성들의 소망.  

       군은: 임금의 은혜.



     

    移官隣州 便道赴任 則無辭朝之禮

     

    음역

       이관인주 편도부임 즉무사조지례

     

    해석

       이웃 고을로 관직을 옮겨 가까운 길로 부임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조하는 예가 없다.

     

    해설

       당 나라 영호도가 일찌기 옛 친구를 이웃 지방의 자사로 옮겨 발령하여 편리한 길로 부임하게 되었다. 임금이 그가 사례하는 글을 보고서 물으매, 영호도가 대답하기를,

      “그 길이 가까우므로 보내고 맞이하는 폐단을 줄이게 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짐은 자사가 흔히 적임자가 아니어서 백성들에게 해가 되므로 한 번 만나서 그 다스릴 방책을 알아보고, 그 우열을 알아서 벼슬을 내치거나 올려 주고자 하였는데, 이러한 명령이 이미 반포되어 있는데도 바로 폐하고 쓰지 않으니, 재상은 권력이 있다고 할 만하다.”

    하니, 때가 마침 추웠는데도 영호도는 땀이 흘러 두터운 갓 옷에 밸 정도였다.

     

    주석

       편도: 조정에 들어와 사은숙배하지 않고 가까운 길로 곧장 가는 것.  

       사조: 임금께 사은숙배함.



     

    나가면서

       녹봉을 많이 받아 부를 누리기 위해 수령이 되는 것이 아님을 정약용 선생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당시의 수령들은 부임지에서 백성들을 수탈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백성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정약용 선생의 깊은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임 시 예의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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