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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봉공육조 제3조 예제(禮際), 예의로 사귐

정약용의 목민심서 전문/봉공6조

by 수집쟁이 2021. 4. 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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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민 정신을 담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중의 봉공육조의 내용입니다. 제3조는 대인관계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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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공육조 제3조 예제(禮際), 예의로 사귐

 

 

禮際者 君子之所愼也 恭近於禮 遠恥辱也
예제자 군자지소신야 공근어례 원치욕야

 

해석

   예의로 교제함은 군자가 신중히 여기는 바이니, 공손함이 예의에 가까우면 치욕을 멀리 할 것이다.


해설

   자신이 하관이면 본분을 삼가 지키어 상관을 섬겨야 할 것이다. 나는 문관이요 상대는 무관일지라도 비교해서 괄시해서는 안 되며, 나는 혁혁하고 상대는 한미할지라도 교만을 부려서는 안 되며, 나는 잘났고 그는 어리석다 해도 말해서는 안 되며, 나는 늙고 그는 젊다 해도 서글퍼 해서는 안 된다.
  엄숙하고 공경하고 겸손하며 온순하여 감히 예를 잃지 않으면 평화롭고 통달하여 서로 막히는 일이 없어야 정과 뜻이 믿음으로 맺어지게 될 것이다.  오직 백성을 위하는 일에 있어서는 그가 만약 자애롭지 않은 일을 한다면 그의 뜻에 굽혀 따라서 백성들에게 해독을 끼쳐서는 안 된다.
  조선 선조 때 사람 학봉  김성일은 본디 굳세고 바르다는 평이  있었지만, 수령으로 있을 때 매양 상관이 경내에 들어 왔다는 말을 들으면, 반드시 관대를 착용하고 문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주석

  1. 예제: 예를 갖추어 교제함
  2. 공근어례: 공손함이 예에  가까움
  3. 치욕: 부끄러움과 욕됨.

 

外官之與 使臣相見 具有禮儀 見於邦典
외관지여 사신상견 구유예의 견어방전

 

해석

   외관이 사신과 서로 만나 보는 데는 그 예의가 나라의 법전에 실려 있다.

 

해설

   조선 영조 초년에 거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어떤 사람이  감사가 되어 처음으로 수령들과 앉아서 읍하는 관례를 만들어 내었는데, 하관은 감사의 미움을 사서 관직을 잃게 될까 걱정하여 고개를 숙여 이를 달게 받아들이니, 이것이 그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습속으로 젖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관례가 행하여진지 이미  백 년이 가까워서 드디어 바꿀 수 없는 법이 되어 버렸다. 대신이 조정에 건의하여 조정의 명령으로 신칙하지 않으면 아래 있는 사람으로서는 풍속에 따를 뿐이니, 잘못이 그에게 있지 내게야 무슨 상관이 있으랴.


주석

  1. 외관: 조정 밖의 관원이란 뜻으로 수령을 뜻함.  
  2. 방전: 나라의 법전.

 

 

延命之赴營行禮 非古也
연명지부영행례 비고야


해석

   연명의 예를 감영에 나아가서 행하는 것은 옛 예가 아니다.

 

해설

   연명이란 지방관이 자기 경내에 있을 때 선화의 임무를 띤 신하가 오면 교서를 공손히 받들어 맞이하는 예이다. 영조 초년에는 오히려 옛 도를 썼는데, 세상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사대부의 기풍과 절개가 더욱 쇠퇴해져서, 상관을 아첨으로  섬기며 오직 미움이나 사지 않을까 걱정하여, 감사가 도임하면 열흘 안에 수령은 급히  감영으로 달려가서 연명의 예를 행하니, 이는 연명이 아니라 참알인 것이며, 조정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관에게  아첨하는 것으로써 다 좋지 않은 풍습인 것이다. 감사로서 예법을  모르는 자는 수령이 즉시 연명의 예를 행하지 않는 것을 보면 허물을 책하려 드니, 이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
  요즈음은 습속이 이미 이루어졌으므로  옛 습속에 사로잡힐 수  없으나, 급급히 감영으로 달려가서 식자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까지는 없고, 수십 일을  기다렸다가 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석

  1. 연명: 임금의 명령을 맞이하여 받아들임.  
  2. 부영: 감영에 나아감.

 

 

監司者 執法之官 雖有舊好 不可恃也
감사자 집법지관 수유구호 불가시야

 

해석

   감사는 법을 집행하는 관리이니, 비록 옛날부터 좋게 지내는 사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해설

   후한 때 사람 소장이 기주자사가 되었을  때, 그의 친구 중에 청하태수가 된 사람이 있었다. 소장은 순찰하러 가서 그 친구의 부정을 처리하게  되었는데 주연을 베풀어 마음껏 즐겼다. 태수가 기뻐하여,
  “남들은 모두 하늘이 하나인데, 나만은 하늘이 둘이다.”
하니, 소장은,
  “오늘 저녁에 옛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은  사사로운 은혜이고, 내일 기주자사로서의 일을 처리하는 것은 공법인 것이다.”
하고, 드디어 그의 죄를 들추어 바르게 처리하니, 고을 안이 숙연하였다.
  조선 현종 때 사람 심지원이 홍주목사로 있을 적에, 판서  임담이 본도의 감사가 되어 순행하여 홍주에 도착하였는데, 심지원은 감사가 평소의 친구라 해서  대접을 퍽 간소하게 하였다, 임담은 홍주의 아전에게 태형을 가하면서 말하기를,
  “네 상관이 나와 우정은 친밀하지만  상하관으로서의 체모는 엄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네 상관이 실수하였으니 네가 대신하여 태형을 맞으라.”
하였다. 심지원은 매양 그의 자제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체모를 잃은 바 있었는데, 다시 아전에게 태형을 가한 것을 노여워한다면, 법을 무시하는 것이므로 끝내  마음에 두지 않았다. 임판서가  나를 깨우쳐 준 점이  실로 많다.”


주석

  1. 집법지관: 법을 집행하는 관원.  
  2. 구호: 전부터 잘 지내는 사이. 옛 친구.

 

營下判官 於上營宜恪恭盡禮 不可忽也
영하판관 어상영의각공진례 불가홀야

 

해석

   영하 판관은 상급 영에 대하여 각별히 공경하며 예를 극진히 하여 소홀한 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해설

   송 나라 정호가 진녕판관이 되었는데,  태수가 처음에는 정 선생은 일찍이  조정에서 대헌으로 있던 사람이니, 직무에 힘을 다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또 자기를 업신여길 것이라 염려하였는데, 지내보니 정 선생은 그를 섬기기를 매우 공손하게 하였다. 비록 여러 창고를 관리하는 자잘한 일일지라도 성심으로 하지 않는 일이  없었고, 일이 조금이라도 타당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함께 변론하니, 드디어 따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서로  교분이 두터워져서, 여러 차례 중대한 옥사를 심리하여 죽지 않게 된  자가 전후에 십여 명이 되었다.
  조선 효종 때 사람 조석윤이 진주목사로 있을 적에, 매일 새벽녘에 병마사에게 문안을 드리면서 말하기를,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임금의 명을 공경하는 까닭입니다.”
하고, 끝내 그만두지 않았다.
  조선 숙종 때 판서 권대재는 몸가짐이 검소하고 벼슬살이에 청렴하고 간편하였다. 일찍이 공주판관으로 있을 적에, 감사가 쓰는 물자도 모두 절약하여 보내줌으로써 남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감영의 아전들이 모의하여 배당한  땔나무를 몰래 빼돌렸으므로, 감사의 방은  항상 추웠다. 감사가 물으니 그들은,
  “배당한 땔나무가 본래 적습니다.”
하였다. 감사가 권 판관을 꾸짖으니 권 판관은,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하고, 그 날 몸소 감독하여 배당한 땔나무를 다 때니, 방이 화로같이 뜨거워서 감사가  견디어 내지 못하였다. 급히 사람을 보내어 사과하였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


주석

  1. 영하판관: 각 감영에 있는 판관. 판관은 종 5품의 벼슬.   
  2. 각공진례: 정성과 공손하게 예를 다함.

 

上司推治吏校 雖事係非理 有順無違焉 可也
상사추치이교 수사계비리 유순무위언 가야

 

해석

   상사가 아전과 군교들을 죄를 조사하느라 다스릴 때에는 일이 비록 사리에 어긋나더라도 순종하고 어기지 않는 것이 좋다.

 

해설

   죄가 자기 고을에 있어서 상사가 다스릴 때는 본디 논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혹시  생트집을 잡아 이치에 당치 않은 일을 덮어씌우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그의 아랫자리에 있으니 그저 순종할 따름이다. 만일 상사의 뜻이 잘못에서 나왔고  악한 마음이 있은 것이 아닌 경우에는, 내가 죄인을 호송하는 문서에 그 사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관대한 처분을 빌어서, 내 아전과 군교가 억울한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겸손한 도리이다.
  만일 감사의 본의가 해치기 위한 것이어서 말로 다툴 문제가 아닌 것은 공형 문장으로 죄수들을 호송하고, 따라서 사직서를 써서 같이 올리도록 해야 하는데, 사직서에는 ‘병이 갑자기 중하여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써야 한다. 감사가 사과하면 그대로 힘써 일을 보고, 만약 끝내 무례하면 세 번 계속해서 사직서를 내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주석

  1. 추치: 죄를 조사하여 다스림.  
  2. 이교: 아전과 군교.   
  3. 공형문장: 지방 관아의 호장이나 이방 등이 죄인을 조사해서 꾸민 문서.

 

 

 

所失在牧 而上司令牧 自治其吏校者 宜請移因
소실재목 이상사영목 자치기이교자 의청이수

 

해석

   잘못은 수령인 자신에게 있는데 상사가 자기더러 아전과 군교의 죄를 다스리라고 하는 경우에는 죄수를 다른 고을로 옮겨 다스리기를 청해야 한다.


해설

   부하들이 죄를 지으면, 수령에게는 살피지 못하고 단속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상사가 추문하여 다스릴 경우에, 혹 죄수를 이웃 고을로 옮겨서  벌을 주게 하더라도 그 사건을 따져 보아 과오에서 나온 것이면 수령끼리 서로 충고하는 것이니, 꼭 깊이 인책할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만약 상사가 나로 하여금 스스로 다스리게 한다면 동헌에 나가 곤장을 치는 것은 뻔한 일이니, 작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보고해야 한다.


주석

  1. 소실재목: 잘못이 수령에게 있음.  
  2. 이수: 다른 고을 감옥으로 옮겨 가둠.

 

 

唯上司所令 違於公法 害於民生 當毅然不屈 確然自守
유상사소령 위어공법 해어민생 당의연불굴 확연자수

 

해석

   상사가 명령한 것이 공법에 어긋나고 백성들에게 해가 되는 것이면 꿋꿋하게 굽히지 말고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해설

   한 나라 임연이 무위태수가 되자, 광무황제가 친히 접견하고 경계하기를,
  “상관을 잘 섬겨 명예를 잃지 않도록 하라.”
하니, 임연이 말하기를,
  “신은 듣자옵건대, 충신은 사사로울 수 없고 사정이 있는 신하는 불충하다 합니다.  바른 것을 이행하고 공에 봉사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요, 상하가  부화뇌동하는 것은 폐하의 복이 아닙니다. 상관을 잘 섬기라는 분부를 신은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하니, 공은 감탄하였다.
  이영휘가 안협현감으로 있을 때, 그 도 감사가 그의 처를 관내에 장사지내면서 물자를 각 고을에 요구하는 것이 매우 많았는데, 각 고을에서는 뒤질세라 요구대로 따랐다. 그는  말하기를,
  “상관으로서 사적인 일 때문에 아랫사람에게 물자를 요구하는 것은 의가 아니요, 하관으로서 상관의 비위를 맞추어 섬기는 것은 곧 아첨이 된다.  그러나 그가 상례를 핑계로 요구하니 거절할 수도 없다.”
하고는 물건을 간략하게 하여 보냈더니, 감사가 노하여 고의로 모함하여 중상하였다.

 

 

 

禮不可不恭 義不可不潔 禮義兩全 雍容中道 斯之謂君子也
예불가불공 의불가불결 예의양전 옹용중도 사위지군자야

 

해석

   예는 공손히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의는 결백하게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예와 의가 아울러 온전하여 온화한 태도로 도에 맞아야 이를 군자라 한다.


해설

   사대부로서 벼슬살이하는 법은 버릴 기자 한 자를 벽에  써 붙여 놓고 아침저녁으로 눈 여겨 보아, 행동하기에 장애가  있으면 벼슬을 버리고, 마음에  거리끼면 벼슬을 버리고, 상사가 무례하면 벼슬을 버리고,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려서, 감사가 내가 벼슬을 가벼이 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알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긴 뒤에야 수령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부들부들 떨면서 행여나 자리를 잃을까 염려하여 황송하고 두려운 말씨와  얼굴빛이 표정에 나타나 보이면, 상관이 나를 업신여겨 독촉과 꾸중이 따를 것이니, 참으로 그 직책에 오래 있을 수 없는 것은 필연의 이치이다.
  그러나 상관과 하관의 예절이 본디 엄한 법이니, 사직서를 내 끝내 사직하고 돌아가는 경우에 이르더라도, 그 말씨와 태도만은 온순하고  겸손하여 털끝만큼이라도 울분을 터뜨리는 기미가 없어야 예에 알맞다고 할 수 있다. 
  송 나라 장구성이 진동의 첨판으로 있을 적에, 군민이 사사로이 소금을 구워서는 안 된다는 금령을 범하여 일이 이웃 고을까지 번지게 되었다. 장구성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몇 사람뿐이요, 그 나머지는 모두 양민입니다.”
하니, 감사가 성낸 빛을 얼굴에 띠며 거친 말씨로 장구성을 나무라므로 장구성은,

  “일을 행할 수 없는데 어찌 구차하게 따르랴.”
하고는, 임명장을 던지고 떠나버렸다.

 

주석

불가불공: 공손하게 하지 않을 수 없음.  

예의양전: 예와 의리를 다 온전하게 함.  

용중도: 온화하고 도리에 맞음.

 

 

 

隣邑上睦 接之以禮 則寡悔矣 隣官有兄弟之誼 彼雖有失 無相猶矣
인읍상목 접지이례 즉과회의 인관유형제지의 피수유실 무상유의

 

해석

   이웃 고을과 서로 화목하고 예로써  대접하면 뉘우침이 적을 것이다. 이웃 수령과는 형제 같은 의가 있느니, 저쪽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와 같아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해설

   이웃 수령과 화목하지 못하게 되는  까닭은, 송사에 관계된 백성을 찾아내려  하는데 그를 비호하여서 보내 주지 않으면 화목하지 못하게 되고, 혹 차역을 당연히 해야 하는데도 회피하여 서로 미루게 되면 화목하지 못하게 된다. 객기를 서로 부려 지기를 싫어하고 이기기만 좋아하므로 이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저쪽에서 만약 이치에 맞지  않게 사정을 써서 내 백성을 괴롭힌다면, 나는 백성의 수령으로서 직분상 당연히 비호해야 하겠지만, 저쪽에서 주장하는 일이 본래 공정한 데서 나왔고, 내 백성이 사납고 교만하여 나를 의지하는 숲으로 삼아 숨으려 한다면, 나는 당연히  그와 함께 분개하여 그로 하여금  죄를 다스리도록 해야 할 것인데, 도리어 사정을 끼고 간악한 일을 숨겨서야 되겠는가?
  양 나라 대부 송취가 현령으로 있을 적에,  초 나라와 경계가 되어 있었다. 두 경계에  다함께 오이를 심었는데, 양 나라 사람들은 힘을 다하여 자주 물을 주어 그 오이의 품질이 좋았고, 초 나라 사람들은 게을러서 자주 물을  주지 않아 그 오이가 좋지 못하였다. 초  나라 수령이 양 나라 오이가 좋은 것을 시기하여 밤중에 몰래  손톱으로 긁어버리니, 양 나라 오이 중에 말라버린 것이 생기게 되었다. 양 나라 정장이  앙갚음으로 초 나라 오이를 긁어버리려 하니, 송취는,
  “이는 화를 나누는 것이다.”
하고는, 사람을 시켜 몰래 밤중이면 초 나라 오이밭에 물을 대주게 하였다. 초 나라  정장이 매일 아침 나가 오이를 보니 다  함께 물이 대어져 있고 날로 좋아져  까닭을 조사해 보니, 양 나라 정장이 그렇게 한 것이었다. 초  나라 수령이 매우 기뻐하여 초 왕에게 알리니,  초 왕도 양 나라에서 몰래 양보한 것을 기뻐하여 귀중한 물품으로 사례하고 양 왕과도 우호를 맺었다.

 

주석

  1. 인읍: 이웃 고을.  
  2. 과회: 후회가 적음.

 

 

 

交承有僚友之誼 所惡於後 無以從前 斯寡怒矣
교승유요우지의소오어후 무이종전 사과원의

 

해석

   교대한 사람과는 동료의 우의가 있으니, 뒷사람에게 미움받을 일을 앞사람이 하지 않아야 원망이 적을 것이다.


해설

   전관과는 동료의 우의가 있으므로 서로 교대할 때 옛  사람들은 후하게 하여서 전관이 비록 탐욕스러워서 불법을 저질러서 독이 가시지 않았더라도, 잘못을 고치고 정리하는데 있어서 조용하고 간절하게 하여, 형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힘썼다. 만약 급히 다그치고  시원하게 하여 예전 정사를 일체 뒤집어서 마치 큰 추위 뒤에 따뜻한 봄이 온 것처럼  자처하여 혁혁한 명예를 취하려는 자는 그 덕이 경박하고 또한 그 뒤를 잘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전관 가족들이 아직 떠나지 못하고 고을에 남아 있으면, 그의 행장이나 여러 가지 일들을 마음을 다해 살펴서 마치 자기 일처럼 돌봐 주어야 하고,  혹시 경박한 관속 중에 전임관을 배반하여 존경하지 않아서 그 정상이 좋지 않거든 신신 당부하여 그러지 말도록 깨우쳐 주고, 심한 자는 그 죄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주석

  1. 교승: 교대함.  
  2. 요우: 동료.

 

 

前官有疵 掩之勿彰 前官有罪 補之勿成
전관유자 엄지물창 전관유자 엄지물성

 

해석

   전관에게 흠이 있으면 덮어 주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전관이 죄가 있으면 도와서 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설

   만약 전관이 공금에 손을 댔거나 창고의 곡식을 축내고, 혹 허위 문서를 만들어 놓은 것은 그것을 들추어 내지 말고 모름지기 기한을 정하여 배상하도록 하되, 기한이 지나도 배상하지 못하거든 상사와 의논하도록 한다.
  혹 전관이 세력있는 집안이나 호족에 속해서 강함을 믿고 약한 자를 능멸하여, 일을 어긋나게 처리하면서 뒷일은 걱정하지 않는 자이면, 내가 그를  대응하는 데에는 강경하고 엄하게 하여 조금이라도 굽히지 말아야 한다. 비록 이 때문에  죄를 입어서 평생 불우하게 되더라도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송 나라 부요유가 서주를 맡아 다스리게 되었다. 전임 수령이 군량을 축내었는데,  부요유가 대신 보상하다가 다 채우지 못하고서 파직되어 떠났으나, 그는 끝내 변명하지 않았다. 강절 소옹이 이렇게 칭찬하였다.
  “그는 맑으면서도 빛나지 않고,  곧으면서도 과격하지 않으며, 용감하면서도  온순하였는데, 이렇게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명 나라 육방이 악주 수령이 되었을 때였다. 전에 큰 나무가 강물에 떠서 그 고을 경내로 들어왔는데, 전임 수령은 그것이 황실에 쓰일 나무인 줄을 모르고 자기 고을에서 쓰도록 하였다. 나무를 관리하는 사람이 잘못 육방의 죄를 논하였으나 육방은 그 사실을 변명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변명하라고 종용하니, 육방은,
  “내가 위에 알리면 전임 수령이 죄를 받을 것이니, 차라리  내가 죄를 지고 돌아가는 것이 좋다.”
하였는데, 오랜 시일이 지난 후에 사실이 밝혀졌다.
  조선 숙종 때 상국 정지화가 광주부윤으로 있을 적에 전 부윤이 장죄를 지어 옥에 들어갔다. 정지화가 이 사실을 밝히는 일을 맡아서 몸소 어지러운  장부를 열람하다가 한 가지 일이라도 그를 도와 줄 만한 것이 있으면 기뻐하면서,
  “교대하는 전관과 후임관의 의리는 본래 형제와 같은 것이니,  이것으로 그의 목숨을 구해야겠다.”
하고는 감사에게 극력 변명하여 그를 죽음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주석

  1. 유자엄지: 허물이 있더라도 덮어 줌.  
  2. 보지물성: 도와주어 죄가 되지 않게 함.  
  3. 장죄: 장물죄. 공금을 횡령한 죄.

 

 

若夫政之寬猛 令之得失 相承相變 以濟其過
약부정지관맹 영지득실 상승상변 이제기과


해석

   대체로 정사의 너그럽고 가혹한 것과 정령의 좋고 나쁜  것은 계승하기도 하고 변통하기도 하여 그 잘못된 점을 해결해야 한다.

 

해설

   한 나라 한연수가 영천태수로 있을 때였다. 앞서 조광한이  태수로 있을 적에, 그 고을 풍속에 붕당이 많은 것을 걱정하여, 아전과 백성들을 얽어매어 놓고, 서로 잘못을 들추어 내도록 하여 그렇게 하는 것을 총명한 일로 여겨 이 때문에 백성들이 서로 원수가 된  사람이 많았다. 한연수는 예의와 겸양으로 가르치되 백성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하여, 이  고을의 장로로서 고을에서 신망을 받고 있는 자 수십 명을 차례로 불러다가 술과 음식을 차려 놓고 친히 상대하여 예로 대접하면서 사람들에 풍속과 백성들의 괴로움을 물으며 화목하고  친애하며 원망하고 허물하던 것을 풀어버릴 방도로 타일렀더니, 장로들이 모두 곧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주석

관맹: 너그러움과 사나움.  

득실: 잘하고 잘못함.  

상승상변: 이어받기도 하도 변경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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