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촛불을 밝히고 세수하며, 옷을 단정히 입고 띠를 띠고 묵묵히 꿇어 앉아서 정신을 함양한다. 얼마쯤 있다가 생각을 정리하여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놓고 먼저 처리할 차례를 정한다. 제일 먼저 무슨 문서를 처리하며, 다음에는 무슨 명령을 내릴 것인가를 마음 속에 분명히 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제일 먼저 할 일에 대하여 선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다음 할 일에 대하여 선처할 법을 생각하되, 힘써 사욕을 끊어 버리고 한결같이 천리를 따르도록 한다.
먼동이 트면 촛불을 끄고 그대로 꿇어앉아 있다가, 날이 밝아 하인이 시간이 되었다고 아뢰면 창을 열고 이속들의 인사를 받는다.
여공저는 고을살이할 적에 오경이 되면 일어나서 촛불을 밝히고 공문서를 살피고, 새벽이 되면 관아에 나아가 백성들의 송사를 처결하였다. 물러나 편히 앉아서 한가롭게 있을 때에도 마치 재계하듯 하였으며, 손님이나 아랫사람들이 때에 구애받지 않고 찾아왔다. 그래서 군에는 밀린 일이 없고, 아랫사람의 사정이 위로 통하였다. 모두 여섯 군을 다스렸는데, 항상 이같이 간결하였다.
당 나라 배요경이 정사에 부지런하였다. 관아 앞에 큰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어 새벽이 되면 새떼가 날아들어 모이므로 이로써 관아에 나가는 시간을 정하여 시간을 알리는 새라 불렀는데, 그 때 사람들이 이를 아름답게 여겼다.
조선 영조 때 사람 한지가 감사로 있을 적에, 동이 트기 전에 세수하고 관 쓰고 도포 입고 나아가 앉았는데, 앉는 자리 곁에는 베개나 안석을 두지 않으며, 몸을 바로 세우고 꿇어앉아 손을 꽂고 종일 몸을 틀거나 흔드는 일이 없으며, 창가 난간에 기대는 적이 없었다. 그와 함께 3년을 함께 지낸 자도 그가 피곤해서 하품하거나 기지개 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언제나 뒤뜰을 거닐었는데, 꺾어 도는 곳이 곡척으로 그어 놓은 듯하여 정확하기가 시종 한결같았다.
주석
칙궁: 자기 몸가짐을 단속함.
흥거: 일상생활. 기거.
관대: 머리에 쓰는 관과 허리에 매는 띠. 복장을 뜻함.
정칙: 정돈하여 가지런히 함.
해설
‘치현결’에 말하였다.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 할 ‘외’ 한 자 뿐이다. 의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됨이 없을 것이니, 이렇게 하면 허물을 적게 할 수 있다.”
‘정관정요’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벼슬살이하는 데에 석 자의 오묘한 비결이 있으니, 첫째는 맑음이고, 둘째는 삼감이고, 셋째는 부지런함이다.”
여씨의 ‘동몽훈’에 이렇게 말하였다.
“임금 섬기기를 내 어버이 섬기듯 하고, 아전들 대하기를 내 하인처럼 하며, 백성 사랑하기를 내 처자처럼 하며, 공무 처리하기를 집안일처럼 한 뒤에야 내 마음을 다한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미진한 일이 있다면 이는 내 마음을 다하지 않음이 있는 것이다.”
송 나라 한기가 개봉부의 추관이 되어 일을 처리하면서 게으르지 않아서 더운 여름철에는 땀이 흘러 등을 적셨다. 부윤 왕박문이 중히 여겨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앞으로 좋은 벼슬자리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백성 다스리기를 이와 같이 하니
참으로 재상의 그릇이다.”
주석
응신정려: 정신을 모아 조용히 생각함.
지성구선: 정성을 다하여 잘하기를 구함.
치현결: 고을을 다스리는 요결이란 뜻인데, 누가 지은 것인지 미상.
동몽훈: 송 나라 학자 여본중이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책.
추관: 주로 형벌을 맡은 벼슬.
해설
백성의 윗사람이 된 자는 한 번 움직이고 한 마디 말도 아랫사람들은 모두 엿들어 살피며 추측하여, 방에서 문으로, 문에서 고을로, 고을에서 사방으로 새어 나가서 한 도에 다 퍼지게 된다. 군자는 집에 있을 때도 오히려 말을 삼가야 하는데, 더군다나 벼슬살이 할 때이겠는가? 시동이 비록 어리고 시노가 비록 어리석다 하더라도 여러 해 관청에 있어 백번 단련된 쇠붙이와 같아서, 눈치 빠르고 영리해져서 엿보고 살피는 데는 귀신같다. 관청문을 벗어나자마자 낱낱이 누설하게 된다. 정선이 말하였다.
“백성의 수령이 되면 화살의 표적이 되는 것 같으므로 한 마디 말이나 한 번의 행동도 삼가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렇게 말하였다.
“한 마디 말로 천지의 화기를 상하게 할 수도 있고, 한 가지 일로 평생의 복을 끊어 버리는 수가 있으니 모름지기 잘 단속해야 한다.”
과격하게 성내는 성품을 걱정하는 자는 평소에 마음으로 맹세하고 법을 세워, ‘화가 나면 가두어 둔다’라는 세 글자를 가슴깊이 새겨 두도록 하라. 성이 날 때에는 과감히 깨달아 힘써 누르고 곧 마음의 범인을 잡아서 옥에 가두어 두라. 혹 하룻밤을 새워 생각하거나 사흘을 두고 생각하면 순리대로 풀려 온당하게 되지 않는 일이 없다. 또 과격하게 성내는 사람은 성내는 것이 과격했기 때문에 풀리는 것도 그처럼 빠를 것이니, 이른바 ‘회오리바람은 아침을 넘기지 못하고, 소나기는 하루 종일 오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못 가서 본성으로 돌아올 것이니 그것을 기다리기는 어렵지 않다. 다른 사람은 화를 면하고 나는 허물이 없게 되니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정선이 말하였다.
“성났을 때 한 말은 모두 체면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성내고 난 뒤에 생각하면 자신의 비루한 속마음을 죄다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 만 셈이 된다.”
한지가 감사로 있을 때 한 번도 빠른 말씨를 쓰거나 성난 기색을 보인 일이 없었고, 하루에 사람을 매질하는 것이 두세 번에 지나지 않았으나 부 안팎이 숙연하였으며 그의 신발 끄는 소리만 나도 사람들이 벌벌 떨었다. 그가 순행하여 이른 곳마다 떠드는 것을 금하지 않아도 조용함이 마치 사람이 없는 같았으되, 명령은 행해지고 금법은 지켜졌는데,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계속)
댓글 영역